문화예술전시 기획사 팀서화(도연희, 김성우)는 종로문화재단과 협력하여 현대미술 전시 '오동나무 뿌리와 복숭아 꽃잎(Paulownia Tree Root and Peach Petals)'을 한국의 기품을 간직한 전통 한옥 무계원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특별히 중국 상하이의 촉망받는 갤러리 린씨드(LINSEED)를 게스트로 초청하여 갤러리 선정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종로문화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무계원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현대미술 전시입니다. 프리즈 기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문화예술 관계자 및 미술 애호가들에게 전통 한옥과 현대미술이 함께 빚어낸 독창적인 매력을 알리고, 한-중 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다양한 작가들을 알리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전시명 ‘오동나무 뿌리와 복숭아 꽃잎’은 무계원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제목입니다. 본래 무계원은 종로구 익선동에 터를 잡고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마당에 오동나무가 있다 하여 오진암(梧珍庵)으로 불렸지만, 후에 익선동 본터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면서 부암동 무계정사(武溪精舍)지 인근으로 이축하였습니다. 무계정사란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과 비슷하다 하여 안견으로 하여금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하고 그 일대에 지었던 별서인데, 여기서 무계(武溪)란 무릉 도원의 계곡이란 뜻입니다. 오동나무 뿌리에서부터 무릉도원의 복숭아꽃까지, 무계원의 긴 여정에 담긴 의미를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풀어내었습니다.

참여 작품은, 맨드라미꽃을 주제로 오랜 세월 구상과 추상의 경계 넘나들며 강렬한 회화적 미를 탐구해 온 김지원, 경희대학교 원자력 공학과 학도 이동규의 자문을 받아 만든 핵융합 발전기를 전통 미감이 더해진 조각 작품으로 제작한 백정기, 우레탄폼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가공해 조각, 공간, 가구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는 최태훈, 흙을 입힌 붕대를 소성해 태워버린 후 겉에 남은 순수한 도자를 통해 도자 공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아가는 서희수, 내밀한 감정의 독백을 독특한 감각으로 풀어내 현대미술로서의 도자의 또 다른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고우정, 부서지고 버려진 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포용의 조각'을 도자 작업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 김대운, 마치 무릉도원 같은 아름다운 산수 조각을 레진과 콘크리트라는 현대적 재료로 창작해 전통 산수의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이는 전아현, 정갈하고 아름다운 전통미와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능수능란하게 조합하는 가구 디자이너 이정훈, 소설을 직접 쓰고 그 서사에 담긴 내용을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붓 터치로 평면 회화에 옮기는 김보미, 단단한 돌이나 바위에 파란 레이스 천을 꿰매어 두 상반되는 물성의 조화를 통해 깊은 철학적 울림을 전하는 조은필, 전통 분청 기법을 계승하고 그 위에 현대적 감각을 얹어 전통 도자에 새로움을 더하는 윤준호, 자연의 소재인 자갈을 점묘화를 그리듯 붙여 비정형화된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하는 황다영, 녹슨 철판 위에 낡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쓰고 그리는 김성우 등,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뿜어내는 아우라와 전통 한옥 무계원의 아름다움이 함께 빚어내는 놀라운 하모니를 감상하길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