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장 찬란한 지금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장 찬란한 지금입니다.
이장님의 안내 방송으로 소식을 공유 받고 날 좋은 계절엔 느티나무 아래에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곳. 오가며 건네주시는 인사 속에선 그 계절에 나는 작물이 무엇인지, 우리가 농사 달력의 어디쯤을 보내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덕분에 이곳에 도착하면 저희의 일상 속 분주함과 분리된 평온함을 느낍니다.

자연과 삶의 속도를 맞추고, 서로 살을 부대낌이 익숙한 이곳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생의 감각이 더 와닿는 이곳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이곳의 ‘지금’은 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무성히 자라던 모든 생명이 스러져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인데, 그 모든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곳에서 올해를 보낸 작가들은 여기서 자신들이 흠뻑 느낀 ‘지금’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성우 작가는 열두 폭의 병풍 형태의 녹이 슨 철판 캔버스에 마을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푸르른 계절의 끝, 저물어 가는 마을의 모습은 마치 녹이 슬어가는 철의 속성과 닮았습니다. 작가는 스러져 소멸해 가는 과정이기에 더욱 와닿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정민기 작가는 7-8m에 달하는 천 위에 가까이는 오늘 만난 마을 이웃부터 멀리는 지구 저편의 미디어로 소식을 접하게 된 이들의 수많은 눈빛, 음성, 움직임을 떠올리며 하나둘 사람의 형상을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세상이 한 폭에 담겼습니다. 정희기 작가는 노부인 어르신들의 ‘지금’을 남겨드리고자 어르신들의 증명사진을 찍어드렸고, 같은 날 어르신들과 함께 알록달록한 천 조각들을 동그랗게 크기별로 오리고 쌓아 올려 꽃 모양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이음창작소 공간을 떠나신 후 오려지고 남은 조각들을 집어 모아 어르신들이 만드신 장식들과 함께 촬영하여 화려한 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사진 작품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작품들은 이음창작소 건물의 내부와 외벽, 마당에 설치되어 선보여집니다.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들에 노랗게 물든 단풍, 마을 가을의 정취와 함께 여러분들의 가장 찬란한 지금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아티스트 레저던시 사부작사부작이음창작소 상주작가 기획전
with TEAM.SEOHWA
장소 Location:
사부작사부작 이음창작소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오빈1리길 12)
일시 Date:
2024.11.07.-11.10
참여 작가 Artists:
김성우(Sungwoo Kim), 정민기(Mingi Jung), 정희기(Higi Jung)
기획
도연희
Curated by
Yeony Do
주최/주관 Hosted/ Organised by
팀서화(TEAM.SEOHWA), 사부작사부작이음창작소(SISA)